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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영유(영어유치원)와 일반유치원 사이에서 고민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며..

by 윤슬1209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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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째 아이가 7살이 되었다. 나는 맨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의 일적인 커리어가 나의 주된 관심사였고 '아이는 알아서 잘 크는 것이다.' 라는게 나의 육아관이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필요하다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아이에게 써야지. 이정도 생각으로 살았다. 아이가 돌 지나서까지 육아서적이라고 가지고 있는 책은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전부였다.

 

아이의 교육에 환경과 유전이 있다면 나는 유전을 좀 더 믿는 사람이었으므로 모든 것은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고 나는 서포트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실상은 내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만든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육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책육아와 영어 유치원(영어 유아 어학원이 올바른 명칭)에 대해 알아보면서였다. 

 

영어유치원과 일반유치원

 

 

주변에 영어유치원을 보낸 사람들은 모두 한결 같이 영어유치원에 대해서 찬양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 논리는 이런 것이다. 돈을 들여서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의 미래에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아이는 어리니 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외국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일인가!

 

장점은 적은 인원수에 투 담임제로 우리아이를 케어해준다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영어를 들을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었다. 요즘 영유는 옛날 영유와 달라서 학습식으로 아이들을 앉혀만 놓지 않고 아이들도 즐거워하며 다닌다는 후기 글들을 정말 많이 봤다. 내 친구의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바로 학습식 영유를 다녔음에도 적응에 어려워하지 않으며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것은 애바애인데 내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 중 또 주된 고민은 6세 이후로 들어가게 되면 레벨 테스트를 봐야 하는데 레벨 테스트를 합격하려면 또 공부를 따로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5세 때 입학을 놓치게 되면 그 다음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러 저러한 고민 속에서 결국 예민한 기질이 컸던 우리 아이는 집 앞에서 가까운 일반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영어유치원이 정답일까?

 

2년이 지났다. 우리아이는 일반 유치원에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 영어는 집에서 엄마표 영어로 영상보기와 유치원에서 하는 영어책 읽기 정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자신이 굉장히 영어를 잘하는 줄 알고 있다. 실제 실력은 형편없다. 이제 리딩을 시작할까 말까하는 단계다. 영어에 거부가 없고 영상에 나오는 대사를 간단히 흉내내며 따라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럼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5세, 6세 때는 내 아이가 학습적인 기질(특히 암기력이 뛰어남)과 경쟁친화적인 성향이 있는 것을 알고 영유갔어도 잘 지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와서 보니 일반 유치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았다. 한국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학생으로 본다고 말이다. 뜨끔했다. 지식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 나도 내가 무언가 정보를 알아보고 제시해주지 않아서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매일 걱정했다. 

 

얼마전에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그 중 한 엄마가 우리 유치원은 아이들을 정말 많이 놀게 하는 것 같다. 라는 말이 나왔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내가 유치원을 잘 선택해서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말이다.

 

자유로운 시간. 비어있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 그안에서 아이들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놀이를 한다. 우리 아이가 5세, 6세 때 가끔 친구가 없다. 누가 나에게 짜증을 냈다. 내가 이런 놀이를 하자고 했는데 잘했다, 못했다 등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듣는 나는 엄마로서 속상하기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를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그랬다.

유치원에서 배워야 하는건 뭘까?

 

그런데 지나고 보니 유아기 라는 시기에 해야 하는, 겪어야 하는 일들을 아이는 겪고 있는 것이었다. 비어있는 시간에. 자유로운 시간에 말이다. 몰랐을 때는 그 시간이 그냥 버려지는 시간 같아서 아까웠다. 오후 자유 놀이시간 전에 빨리 집에 하원해서 뭐라도 배우러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조급한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아이들은 마땅히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있었다 영어 실력보다 더 갚진 능력을 말이다. 

 

엄마들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하나이다. 커서 덜 고생시키려고, 영어에 발목잡히게 하지 않으려고, 다른 아이들은 다 하니까 내 아이만 못한다는 느낌 받게 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언제였던가 아이들이 중학교 올라가는 직장 동료가 말했다. 영유나왔는데 학습식 영유 나온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가서 좀 치이긴 한다. 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친구들과 소통의 시간, 비어있는 시간들 속에서의 조율의 시간, 유치원에서 그냥 노는 시간은 그냥 노는 시간이 아니었다. 

함께 하는 것을 배운다

 

나는 처음에는 내 아이가 겪는 그 갈등의 시간이 못내 괴로웠다. 하지만 7세가 된 아이는 너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갈등없이 성장할 수 있을까. 엄마가 언제까지 해결해줄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갈등과 즐거움이 반복되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내 아이의 영어 실력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유치원에 갔었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교육에는 적기라는 것이 있다.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 적기를 아이의 발달에 맞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영유를 다니며 그 많은 숙제들을 해나가면서 자유의 시간들을 없애가며 얻는 유아기의 영어실력은 무엇을 위한 영어교육인가. 무엇을 위해 다니는 유치원인가. 

 

열에 하나 백에 하나 있는 경우 말고 항상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경우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끌려가는 육아와 교육이 아닌 우리아이가 중심이 되는 육아와 교육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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